비겁한 도피

추억 2003. 7.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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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6세대... 60년대 출생으로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 나이의 사람들을 `386세대'라고 지칭합니다. 그들은 공동체가 제공해준 교육이라는 부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잊지 않고 실천에 옮긴 정의로운 세대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불행한 시대에 맞서 공동의 가치를 위해 자신을 유보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내야 했던 불운한 세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좌익과 용공이라는 불명예스런 딱지를 떼어내고 시대를 이끈 정신이자 살아 있는 양심으로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386세대의 정신을 계승한 막차세대라고 할 수 있는 297세대... 그런 297세대에 속했던 저 역시도 '데모학교'라고 불리던 모교에 입학한 후 사회적 현실에 어느 정도 눈을 뜰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타의에 의해 들어가긴 했지만, 반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소위, 운동권 동아리라는 곳에 머물면서 교과서에서 알려주지 않던 새로운 사실들을 배우게 되었고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동아리에서 작은 직책도 맡게 되었고, 민족과 역사에 대해 토론도 하며 때때로 시위현장에 참석하기도 하였고, 높은 직책을 맡고 있던 사람들을 소개받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적극적인 실천으로 옮기기를 주저하는 모습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당시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학생운동이 약화하기 시작했고 내외적인 비판에 직면해 있었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개인적인 이기심과 시위현장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위현장에서 대치 중에 안경이 깨지는 경험을 한 후, 운동권 동아리 대신 기독동아리로 옮기게 되었고 그곳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것으로 피 터지는 생활을 대신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학생운동의 명분과 방법론에 대한 모든 것이 옳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정의에의 신념과 실천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음은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에의 기회를 비겁한 도피로 대신했던 과거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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