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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3.10.05 다시 만났지만...
  2. 2003.09.29 내 몸의 감각들을 모두 도려내고 싶어...

다시 만났지만...

일상 2003. 10. 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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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겨운 한 주가 지나고 다시 토요일이 돌아왔습니다. '지현씨! 오늘 또 xx에 갈 거죠?' 장난스럽게 묻는 동료의 말에 살짝 웃어주며 헤어져 돌아왔습니다. 그곳에 다시 간다는 것은 자신에게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분명할 테지만, 그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 왔습니다. 밀린 빨래들을 세탁기에 맡겨버리곤 습관처럼 버스에 올랐습니다.

 밤 10시쯤 도착한 그곳은 양쪽으로 분홍빛 불빛만 휑하니 켜진 채 걸어 들어가기가 겁날 정도로 텅 비어 있었습니다. 16번 가게는 입구에 있어 후딱 뛰면 무난히 들어갈 수 있겠지만 왠지 그렇게 쉽게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방으로 50여 미터 정도 난 거리를 혼자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양쪽에 서 있던 아줌마들이 악다구니처럼 달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총각! 그러지 말고 내하고 이야기 좀 하자! 응?" "우리 아가씨들 좀 봐라! 한번 보기나 해봐라!"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가는 잡혀들어갈 것 같아서 후딱 16번 가게로 돌아왔습니다.

 분홍불빛이 환한 쇼윈도 속에 수빈 씨가 앉아 있었습니다. 방에서 만났던 표정들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침울해 보였습니다. 수빈 씨와 함께 TV가 나오지 않던 그 방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일주일 여 만에 다시 만난 나를 알아보았습니다.

 "오빠 들어올 거면 얼른 들어오지 뭣 하러 거기까지 갔어?"
 "오빠가 날 선택할지 안 할지 몰라서 아는 척 못했어."

 그녀와 나란히 누웠습니다. 제가 하지 않았던 낯선 말들을 다시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드문드문 이어졌지만, 가슴이 답답해져 왔습니다. 문득 그녀가 한마디 던졌습니다.

 "오빠 30분은 금방이야. 좀 있으면 문 두드릴 거야."

 주인 잃은 시간이 지나고 가슴이 비어버리는 듯한 공허감이 밀려왔습니다. 한참을 끌어안고만 있었습니다. 그녀의 머릿결에서 쓴 담배냄새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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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빈... 며칠전 16번 가게에서 만났던 그녀의 이름입니다. 올해 24살... 셀수도 없는 손님들이 머무르고 간 앳된 모습의 그녀는 이미 속 늙은이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체념과 한숨, 쓸쓸함... 희망도 없이, 돈도 없이 여전히 그곳에 붙박이처럼 붙어 있는 그녀에게서 서러움이 전해져 왔습니다. 글썽이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시간이 점점 바닥나고 있었습니다. 볼을 한없이 비비다가 살짝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다 내가 서러워져 꼬옥 안아달라고 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배웅나온 그녀의 손을 뒤로 내밀어 꼬옥 잡아주곤 도망치듯 떠나왔습니다. 내달리는 택시 속에서 그녀의 눈물이 마음 한구석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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