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같던 재회

추억 2020. 2. 11. 19:24
반응형
 몇 주간 머릿속에 계속 빙빙 돌고 있는 추억을 써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이곳에 그 추억을 풀어내야만 저의 머리에서 그 기억이 떠날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 방학기간을 이용해 동네의 한 학원에서 수학 과외수업을 받았었습니다. 그 학원은 한 반의 학생 수가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았습니다. 같은 반에서 수업을 받던 한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보이쉬한 헤어스타일에 선명한 쌍꺼풀이 인상적인 얼굴과 활발하고 붙임성 좋은 성격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었습니다. 그 애에게 줄 편지를 며칠 동안 여러 번 고쳐 쓰며 전달할 방법을 고민했었는데 결국 용기의 부족으로 편지를 그 애에게 전하지 못하고 개학과 동시에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는 대학에 입학하였고 그후 동아리에 가입하여 동아리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오후에 선배와 동기들이 모여 식재료와 준비물을 챙기고 늦은 저녁에 학교에 모여 시내 버스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버스에 타고 보니 퇴근 시간이 끝난 덕분에 객실이 한산했습니다. 버스는 여러 정류장을 거쳐 저의 집 인근의 한 정류장에 멈추었습니다.

 한 여자가 버스에 올라 하차문 뒤편에 있던 저의 자리까지 다가와 섰습니다. 제 자리까지 다가와 저를 조금 놀라게 했던 그 여자를 쳐다봤습니다. 아! 그 여자는 중학교 때 학원에서 만났던 바로 그 애였습니다. 불과 4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을 뿐이어서 그 애의 보이쉬한 헤어스타일과 예쁜 얼굴은 그대로였습니다.

 저를 아직 인식하지 못한 듯한 그 애에게 인사를 해볼까 생각하던 차에 키가 전봇대처럼 크고 스포츠머리를 하고 가벼운 트레이닝 복장을 한 백인이 버스에 이어서 올라타는 것이 보였습니다. 외박 나온 미군 병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백인은 버스 운전사의 뒷자리에 앉은 후 저의 자리에 서 있는 그 애를 불렀습니다. 그 애는 마지못해 그의 곁에 다가가 서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그 백인은 앉은 자세로, 그 애는 그의 곁에 서있는 자세로 낯 뜨거운 애정행각이 시작되었습니다. 커헐... 충격스런 재회의 추억이 아직도 남아 가끔씩 떠오릅니다.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 속의 그 사람은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0) 2020.02.11
짝사랑의 추억  (0) 2020.02.11
오토바이의 치명적인 매력  (0) 2013.02.10
코란도 지프  (2) 2012.01.21
아사꼬를 추억하다.  (0) 2007.04.13
울어버린 이등병  (0) 2003.07.04
6학년의 기억  (0) 2003.07.04
얼치기 강사  (0) 2003.07.04
다단계회사를 다니던 친구들  (0) 2003.07.04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