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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6.20 2종소형 합격기

2종소형 합격기

일상 2004. 6. 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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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종 소형면허는 1종 대형면허보다 어렵다.

 온종일 직장에 매인 몸으로서 일반자동차 면허도 아닌 2종 소형면허(125cc이상의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시험을 치르기 위해 가장 바쁜 오전 시간을 비운다는 것은 충분히 넋 나간 모습으로 눈총을 받을 만한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발을 땅에 딛지도 않고 단지 2바퀴로만 굴절, S자, 직선주로, 파일런 코스 등을 무사히 돌아 나와야 하는 시험의 난해함은 운동신경이 둔한 저로선 정말 기약할 수 없는 시험으로만 느껴졌습니다. 굴절코스에서 한 5번쯤 탈락하고 난 후, 더는 시간 내기도 어렵고 의욕마저 꺾여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2. 문경면허시험장에선 토요일에 시험을 칠 수 있다.

 그러나 대배기량 바이크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 없어서 다시 시작해보기로 마음을 고쳐 먹게 된 후,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진 끝에, 주말에 시험을 시행하는 문경운전면허시험장이란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외진 곳에 있는 탓에 당일출발로는 아침 8시 30분까지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여서 전일인 금요일 저녁에 시험장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행선지가 같아 동행하게 된 여직원의 말로는 문경행 버스가 곧 끊어진다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집에서 짐을 챙겨 터미널로 달려갔고 간신히 시외버스에 올라타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아뿔싸! 지갑엔 현금 만 몇천 원밖에 남아 있질 않더군요. 염치불고 여직원에게 4만 원을 빌리고 보니 왕복교통비와 식대 정도는 어떻게 맞춰지겠다 싶었습니다.

 3. 잠도 못 자고, 끼니도 거르고, 비까지 맞아버렸다.

 어떻게든 돈을 아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촌터미널 인근의 한 PC방에서 아주 불편한 자세로 대충 밤을 때우고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첫 버스가 8시20분이 되어서야 다니는 곳인지라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습니다. 멀리 면허시험장 표지가 보이기에 중간에 택시에서 내려서, 비 오는 길을 한참 걸었습니다. 걷고, 걸어서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잠도 오고 배도 고프고... 게다가 미처 우산도 챙기지 못한 탓에 내리는 비에 옷이 다 축축해졌습니다.

 4. 아무튼, 시험을 치르다.

 시험용 오토바이는 혼다제 아메리칸형 바이크였습니다. 말이 250CC지, 실제로 타보니 예전에 타고 다니던 미라주 125CC와 조금도 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가볍다는 느낌까지...

 '출발하세요.'란 방송과 함께 스로틀을 당겼습니다. 영 비틀거린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첫 굴절구간에서 탈선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90점이다!' 가보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바이크를 코스로 집어넣고, 요령을 떠올리며, 바이크를 움직이다 보니 뜻밖에 통과가 되었습니다.

 기뻐할 새도 없이, S자 코스가 제 앞에 들이닥쳤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며 반 클러치 상태에서 조금씩 스로틀을 당기면서 조심조심 지나갔습니다.

 그다음에는 직선주로가 이어졌습니다. 입구가 높은 턱으로 되어 있어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맨 끝 지점을 응시하며 스로틀을 확 끌어당겼습니다. 턱에서 바이크가 걸려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그 좁디좁은 길을 다 지나가게 되더군요.

 나머지 파일런코스를 바라보니 합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코스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검지선을 밟으며 코스를 끝마치니 합격했다는 방송이 산뜻하게 흘러나왔습니다.

 터질 것 같은 행복감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체면 같은 것은 잊고 맘껏 괴성을 질렀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대배기량 바이크의 세계에 입문할 굉장한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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