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힘차게 뛰고 있으니 됐고... 하루를 보람차게 태워버릴 땔감이 필요해. 머리는 이미 값어치 있는 신념으로 충만하니 됐고... 나를 그곳으로 이끌어줄 땔감이 필요해.  난 항상 나를 새롭게 할 땔감이 필요해... 부어줘! 채워줘! 가슴에서 넘쳐나도록... 머리에서 빛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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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v.dasiboa.live BlogIcon 영화다시보기 2020.09.04 14: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어제 자정이 가까운 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느 문 닫은 점포의 계단에 앉아 있던 한 노숙자분을 봤습니다. 술에 취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죽어버린 것인지 아무런 미동도 없이 고개가 푹 꺾인 채 불편한 자세로 널브러져 앉아 있었습니다. 퀴퀴하고 때에 찌든, 두꺼운 점퍼 그리고 너무 오래 씻질 못해 연탄색깔이 되어버린 얼굴, 신발을 신지 못한 채 퉁퉁 부어버린 맨발, 윤기를 잃은 채 산발이 되어버린 덥수룩한 머리카락...

 

 그의 모습에서 극단의 좌절이 느껴졌고 임박한 죽음에 대한 체념이 느껴졌습니다. 버려진 짐승보다 못하게 전락해버린 한 인간의 충격적인 모습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습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납세자, 종업원, 가장... 어느 것에도 쓸모가 없어 용도폐기된 부속품 인간의 참담한 최후에 대해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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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 직업인

일상 2012. 8. 12. 02:32

 4번째 자원봉사 활동을 다녀왔습니다. 그간의 자원봉사 활동에서는 순수한 목적의 성인들보다는 점수 때문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탓에 학부모가 되고도 남을 나이의 성인으로서 아이들 틈에 섞여서 인솔 교사의 꼼꼼한 통제에 따르다 보면 곤혹스러운 경우를 겪을 때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줄 맞춰서 않으세요.", "다시 신발을 가지런히 놓으세요.", "드릴 땐 '고맙습니다.'하고 받으세요.", "감상문을 적어서 내세요." 등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부닥칠 때면 아이들의 보는 눈 때문에 별수 없이 교사의 지시에 따르긴 했지만, 좀 창피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한편으로는 성인이 된 후에 교사의 통제를 다시 겪어보니 그들이 일반인보다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지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사람이건 생계와 명예라는 보상에 길들수록 전형적인 직업인이 되어가듯 그들 역시도 오랜 세월에 걸쳐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점차 그런 '전형적 직업인 - 지시형 인간'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자원봉사단 인솔 교사의 정확한 명칭은 '문화재 해설사'라고 합니다. 이들은 전문직, 교사, 공무원 출신으로서 자격시험과 관련 전문교육을 이수한 후 활동하 유료자원봉사자라고 합니다. 그들의 역할이 교사의 일반적인 역할과 유사하므로 알기 쉽게 인솔 교사라고 표기해 두었습니다.

 

 * 관련 기사 : 개그맨 김종국, 교사 아내에게 반성문 제출한 사연

 * 관련 글 : 교사 아내와 살면 이런 점에서 무척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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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사진

일상 2012. 6. 4. 00:41

 취업용 증명사진을 새로 찍었습니다. 저는 실물보다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신제품 같은, 신선한 느낌이 잘 살아난 듯하여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사진 속의 저는 평소 거울을 통해 봐 왔던 '나'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수많은 찰나 속에 존재하는, 그리고 계속 변화하는 제 모습 중의 하나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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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amdevivre.tistory.com BlogIcon 롤패 2012.06.04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휴, 20대신가봐요? ^^;
    피부가 뽀얗고 너무 부럽습니다.



글로벌 앵벌이꾼

일상 2012. 2. 11. 23:42

 이 백인은 수개월째 마트 출입구 옆에서 밴조 기타를 치며 앵벌이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가 이곳에 오게 된 자세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글로벌 경기불황이 낳은 글로벌 앵벌이꾼이 아닐까 짐작할 뿐입니다. 저녁이 되면, 이곳은 마트에 드나드는 사람들과 건널목을 건너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매우 혼잡해집니다. 하지만 마트 측에선 색다른, 그의 존재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을 해서인지 그냥 눈감아주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튼 제가 보기엔, 그는 이곳에서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자신만의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 듯합니다.

 * 귀곡천계[貴鵠賤鷄] : 따오기를 귀하게 여기고 닭을 천히 여긴다함이니 세상 사람의 심정이 가까운 데 것을 천하게 여기고 먼 데 것을 귀하게 여긴다 하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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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6 0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www.jihyun.biz BlogIcon kwonjihyun 2012.02.16 0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잘 읽었습니다. 이츠하크 선생님.^^ 정말 놀라운 이야기네요. 다음뷰 상위랭킹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한번 맛들이면 쉽게 잊을 수 없게 만드는 수익과 명예와 권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거지가 거지를 시기하고 시인이 시인을 시기한다는 말처럼 글쟁이들끼리 뭐하는 짓들인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동참은 좀 망설여 집니다. 이제 처음 접하는 저로선 그간의 상황을 잘 모르기도 하지만 블로그의 성격상 다루기도 좀 그러하네요. 다만 다음측의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서명글은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www.jihyun.biz BlogIcon kwonjihyun 2012.02.17 2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츠하크 선생님. 그간의 상황에 대해 제가 잘 모른다는 점과 블로그의 성격상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서명만 하기로 하였습니다만... 마음을 바꿔서 저의 블로그에도 글을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고 스피어에 대한 관리, 감독 등의 후속 조치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나의 괴상한 잠버릇

일상 2012. 2. 11. 23:38

 저에겐 한밤중에 벌떡 일어나, 앉은 채로 자는 잠버릇이 있습니다. 이는 15년 전 군 생활에서 얻어온 버릇입니다. 배치받았던 부대에선 야간경계근무 교대를 위해 선임 불침번 근무자가 후임을 흔들어 깨울 때 한번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면 곧바로 구타를 가하는 악습이 있었습니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잠을 자던 저는 옆 사람의 작은 몸부림에도 잠결에 일어나 군복과 총기를 챙겨 내무반을 나설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시절의 경험이 무의식에 강하게 각인되어 버린 탓인지 한번 시작된 ‘앉아서 자는 버릇’은 지금까지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 관련 기사 : 은지원, "나는 앉아서 잔다" 특이한 잠버릇에 관한 에피소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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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에 저는 허름한 운동복을 대충 챙겨입고 운동하러 나섰다가 예정에도 없이 회원제 쇼핑몰에 저녁 식사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회원카드가 필요없는 푸드코트에 들어서니 계산한 물건을 잔뜩 들고 나오는 사람들과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기행렬에서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니 잘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에 땀에 젖어 후줄근해진 운동복을 입고 서 있는 자신이 좀 초라하게 느껴지더군요. 곧 차례가 돌아와 주문을 하게 되었는데 주위 소음과 긴장한 기분 탓에 설명을 해주는 아가씨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고 몇 차례 번복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그녀의 곱상한 얼굴에서 짜증 섞이고 피곤한 기색이 휙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저는 그것이 저를 무시하는 태도로 느껴져 식사하는 내내 기분이 편치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녀는 비정규직에다 박봉이라는 열악한 고용환경 속에서 쉴 새 없이 밀려드는 과중한 주문처리에 지쳐 있었을 뿐인데 저는 저의 괜한 자격지심 때문에 상황을 오해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관련 글 : 열등감과 오해가 부른 비극.
 * 자격지심[自激之心] :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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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속도

일상 2012. 1. 1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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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생각과 마음의 굳은살 때문에, 일상에 대한 감각이 점점 둔감해져 가기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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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막 그친 새벽 2시 30분...

 인적이 끊어진 주택가에는 가로등의 불빛만이 휑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멀리 불 꺼진 가게 앞에선 뭔가 다투는 듯한 남자가 보였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집을 향해 난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혹시 광수 아니십니까?"

 뒤편에서 붙잡으려는 듯한 또렷한 목소리가 날아왔습니다.

 '설마 나를 부르는 건 아니겠지.'

 '곧 잘못 봤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못 들은 척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이윽고 다가오는 친밀한 목소리에 질겁하고 달려 내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야! 같이 가자!"

 정신없이 집으로 뛰어들어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나니 집 앞으로 그 목소리가 웅성거리며 지나가는 것이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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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영(投影)

일상 2007. 4. 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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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학규(林學奎), 권우규(權遇圭), 권병수(權炳錘)...

 멀고 먼 망각의 시간 속에서 영원을 갈구하던 몸짓들... 끝내 흔적조차 없이 흩어져 버리고 만 인생들의 그림자처럼 가슴에 아로새겨옵니다.

 * 투영[投影] : [명사] 물체의 그림자를 어떤 물체 위에 비추는 일. 또는 그 비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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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을 수 없게도... 형님이나 누나처럼 보이는 그들을 제치고 분임조 내에서 최연장자라는 달갑지 않은 이유로 팀장이 되었습니다. 낮으로는 그들에게 과업을 나눠주고, 실행시키고 밤으로는 상석에 앉아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자연, 노친네가 되지 않을 수 없더군요.

 * 관련 기사 : 퍼머한 이계안 "가수 이수만과 동갑, 믿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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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장난

일상 2006. 4. 2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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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처럼 갸름하고 예쁘장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던 그는 저의 군대 고참이었습니다. 믿고 있던 종교에 대한 꼬투리에서 시작된, 그의 집요하고도 치욕스런 학대 때문에 탈영과 살인의 문턱에서 몇 번을 망설였는지... 그 이름 석 자는 뜨거운 낙인 자국처럼 뇌리 속에 남아 저만의 인터넷 수배대상이 되어왔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믿을 수 없게도, 오늘 그 사람을! 그렇게 찾던 그 사람을 집 앞 가게에서 만나고 말았습니다. 회사 야유회가 있는 날이어서 평소와 달리 조금 늦게 일어나 물품을 사고자 집 앞 가게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거짓말처럼 그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불렀습니다. "OOO 씨!!"

 새치 섞인 장발머리가 움찔하며 돌아보았습니다. 늙어 보이긴 했어도 틀림없는 그였습니다. 기억을 더듬는 눈빛의 그는 잠깐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OOO 씨 맞죠? 저 권지현입니다."

 "아... 권지현... 살이 쪄서 못 알아봤다. 니 옛날에는 빼짝 말랐더만... 지금은 많이 변했네. 우선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자."

 따라나간 가게 밖에는 우유가 실린 다마스 트럭이 보였고 그는 곁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서울이 집인 걸로 아는데..."

 "응... 여긴 잠깐 내려온 거야. 좀 있음 다시 서울로 올라갈거야... 근데 넌 여기사냐?"

 "네... 회사도 이 근처고..."
 
 "아... 그렇구나... 난 사업하다가 몽땅 날려 먹고 잠시 이거 하고 있다. 하하."

 갑자기 노숙자처럼 보이는 노인네가 다가오며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OO야..."

 "저리 가요 할아버지! 웬 미친 영감이..."

 "그건 그렇고 여기 우유들 중에 하나 골라라."

 "고맙습니다. 지금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술 한잔하게 연락처 알려주십시오."

 "어? 그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요."

 예상치 못했던 그와의 조우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병장일 것 같았던 그는 또 다른 이등병이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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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재발견

일상 2005. 10. 1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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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음직스레 잘 구워진 계란 토스트... 막상 100원이 부족하여 입맛을 다시며 돌아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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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의 악수

일상 2005. 8. 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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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 만의 부대 방문입니다. 서툰 글씨체의 부대 표지판이 마치 어제 헤어졌던 것처럼 그곳에 서 있더군요. 군용 구급차로 숱하게 드나들던 추억을 떠올리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저의 앞으로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후배가 늘 그래 왔듯 우리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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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별

일상 2005. 8. 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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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안 7번 국도 변에 위치한 황영조 기념관입니다. 아직도 새파랗게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 기념관이 세워진 것도... 그리고 그의 고향이 이렇게나 외진 구석마을이었다는 것도 놀랍기만 합니다. (참고로, 오륜기 마크가 붙은 집이 그의 생가입니다.) 코치가 된 이후, 선수들에 대한, 혹독하고 비인간적인 훈련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가 퇴색하기도 했지만 가난한 고향의 어린 동생들에게는 동해의 어둔 밤하늘에 가리킬 수 있는 살아 있는 별로 두고두고 빛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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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종소형 합격기

일상 2004. 6. 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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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종 소형면허는 1종 대형면허보다 어렵다.

 온종일 직장에 매인 몸으로서 일반자동차 면허도 아닌 2종 소형면허(125cc이상의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시험을 치르기 위해 가장 바쁜 오전 시간을 비운다는 것은 충분히 넋 나간 모습으로 눈총을 받을 만한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발을 땅에 딛지도 않고 단지 2바퀴로만 굴절, S자, 직선주로, 파일런 코스 등을 무사히 돌아 나와야 하는 시험의 난해함은 운동신경이 둔한 저로선 정말 기약할 수 없는 시험으로만 느껴졌습니다. 굴절코스에서 한 5번쯤 탈락하고 난 후, 더는 시간 내기도 어렵고 의욕마저 꺾여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2. 문경면허시험장에선 토요일에 시험을 칠 수 있다.

 그러나 대배기량 바이크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 없어서 다시 시작해보기로 마음을 고쳐 먹게 된 후,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진 끝에, 주말에 시험을 시행하는 문경운전면허시험장이란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외진 곳에 있는 탓에 당일출발로는 아침 8시 30분까지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여서 전일인 금요일 저녁에 시험장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행선지가 같아 동행하게 된 여직원의 말로는 문경행 버스가 곧 끊어진다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집에서 짐을 챙겨 터미널로 달려갔고 간신히 시외버스에 올라타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아뿔싸! 지갑엔 현금 만 몇천 원밖에 남아 있질 않더군요. 염치불고 여직원에게 4만 원을 빌리고 보니 왕복교통비와 식대 정도는 어떻게 맞춰지겠다 싶었습니다.

 3. 잠도 못 자고, 끼니도 거르고, 비까지 맞아버렸다.

 어떻게든 돈을 아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촌터미널 인근의 한 PC방에서 아주 불편한 자세로 대충 밤을 때우고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첫 버스가 8시20분이 되어서야 다니는 곳인지라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습니다. 멀리 면허시험장 표지가 보이기에 중간에 택시에서 내려서, 비 오는 길을 한참 걸었습니다. 걷고, 걸어서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잠도 오고 배도 고프고... 게다가 미처 우산도 챙기지 못한 탓에 내리는 비에 옷이 다 축축해졌습니다.

 4. 아무튼, 시험을 치르다.

 시험용 오토바이는 혼다제 아메리칸형 바이크였습니다. 말이 250CC지, 실제로 타보니 예전에 타고 다니던 미라주 125CC와 조금도 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가볍다는 느낌까지...

 '출발하세요.'란 방송과 함께 스로틀을 당겼습니다. 영 비틀거린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첫 굴절구간에서 탈선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90점이다!' 가보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바이크를 코스로 집어넣고, 요령을 떠올리며, 바이크를 움직이다 보니 뜻밖에 통과가 되었습니다.

 기뻐할 새도 없이, S자 코스가 제 앞에 들이닥쳤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며 반 클러치 상태에서 조금씩 스로틀을 당기면서 조심조심 지나갔습니다.

 그다음에는 직선주로가 이어졌습니다. 입구가 높은 턱으로 되어 있어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맨 끝 지점을 응시하며 스로틀을 확 끌어당겼습니다. 턱에서 바이크가 걸려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그 좁디좁은 길을 다 지나가게 되더군요.

 나머지 파일런코스를 바라보니 합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코스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검지선을 밟으며 코스를 끝마치니 합격했다는 방송이 산뜻하게 흘러나왔습니다.

 터질 것 같은 행복감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체면 같은 것은 잊고 맘껏 괴성을 질렀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대배기량 바이크의 세계에 입문할 굉장한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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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났지만...

일상 2003. 10. 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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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겨운 한 주가 지나고 다시 토요일이 돌아왔습니다. '지현씨! 오늘 또 xx에 갈 거죠?' 장난스럽게 묻는 동료의 말에 살짝 웃어주며 헤어져 돌아왔습니다. 그곳에 다시 간다는 것은 자신에게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분명할 테지만, 그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 왔습니다. 밀린 빨래들을 세탁기에 맡겨버리곤 습관처럼 버스에 올랐습니다.

 밤 10시쯤 도착한 그곳은 양쪽으로 분홍빛 불빛만 휑하니 켜진 채 걸어 들어가기가 겁날 정도로 텅 비어 있었습니다. 16번 가게는 입구에 있어 후딱 뛰면 무난히 들어갈 수 있겠지만 왠지 그렇게 쉽게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방으로 50여 미터 정도 난 거리를 혼자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양쪽에 서 있던 아줌마들이 악다구니처럼 달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총각! 그러지 말고 내하고 이야기 좀 하자! 응?" "우리 아가씨들 좀 봐라! 한번 보기나 해봐라!"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가는 잡혀들어갈 것 같아서 후딱 16번 가게로 돌아왔습니다.

 분홍불빛이 환한 쇼윈도 속에 수빈 씨가 앉아 있었습니다. 방에서 만났던 표정들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침울해 보였습니다. 수빈 씨와 함께 TV가 나오지 않던 그 방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일주일 여 만에 다시 만난 나를 알아보았습니다.

 "오빠 들어올 거면 얼른 들어오지 뭣 하러 거기까지 갔어?"
 "오빠가 날 선택할지 안 할지 몰라서 아는 척 못했어."

 그녀와 나란히 누웠습니다. 제가 하지 않았던 낯선 말들을 다시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드문드문 이어졌지만, 가슴이 답답해져 왔습니다. 문득 그녀가 한마디 던졌습니다.

 "오빠 30분은 금방이야. 좀 있으면 문 두드릴 거야."

 주인 잃은 시간이 지나고 가슴이 비어버리는 듯한 공허감이 밀려왔습니다. 한참을 끌어안고만 있었습니다. 그녀의 머릿결에서 쓴 담배냄새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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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빈... 며칠전 16번 가게에서 만났던 그녀의 이름입니다. 올해 24살... 셀수도 없는 손님들이 머무르고 간 앳된 모습의 그녀는 이미 속 늙은이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체념과 한숨, 쓸쓸함... 희망도 없이, 돈도 없이 여전히 그곳에 붙박이처럼 붙어 있는 그녀에게서 서러움이 전해져 왔습니다. 글썽이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시간이 점점 바닥나고 있었습니다. 볼을 한없이 비비다가 살짝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다 내가 서러워져 꼬옥 안아달라고 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배웅나온 그녀의 손을 뒤로 내밀어 꼬옥 잡아주곤 도망치듯 떠나왔습니다. 내달리는 택시 속에서 그녀의 눈물이 마음 한구석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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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입원까지 하게 될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예전처럼 간단한 레이저 수술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찾아왔는데, 치핵 근본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떨어졌고 그 후 7박 8일간 꼼짝없이 누워지내야만 했습니다.

 청테이프로 양볼기살을 수술대에 고정하는 망신스러움과 절제작업 시 느껴졌던 약간의 따가움을 제외하고는 수술은 뜻밖에 편안했고 간단했습니다. 그러나 2일 정도 지난 후 변을 볼 때 오히려 더 심한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밤에는 찢어지는 고통에 진통제를 맞고서야 잠을 이룰 수 있었고, 낮에는 방광이 부풀어 오르는데도 소변을 제대로 누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남부끄러운 병으로 남모르는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시간을 접고, 내일은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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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

일상 2003. 7. 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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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문을 향해선 오줌도 누지 않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험한 군 생활 속에서 느꼈던 보람과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나누었던 진한 동료애와 자신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군인임을 증명해주었던 푸른 제복의 자부심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 생활은 애정보다는 증오와 아픔의 기억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의무복무제도라면서 빠질 놈은 다 빠져나가고, 돈 없고 빽 없는 자식들만 군대에 간다'는 모순된 현실 속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계급질서에 철저히 편입된 채로 각종 폭력과 인간 이하의 수모와 강요된 생활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피해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리고 강자와 약자의 논리에 익숙해져 버린 자신에 대한 혐오스러움과 함께 영감이란 호칭으로 강등되어버린 예비역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비애감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악몽]

 국가에서 입영통지서가 날라왔습니다. 이미 군대를 제대한 지 5년이 넘었는데, 다시 이등병으로 들어가라고 합니다. 미칠 것만 같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긋지긋한 생활이 다시 시작되고, 저의 동생보다도 한참은 어린 고참들에게 갈굼을 당하기 시작합니다.

 예비역이시라면 위와 같은 악몽을 한 번쯤은 꾸어보셨을 것입니다. 예비군훈련은 이런 재입대라는 악몽을 현실에서 체험케 합니다. 색이 바랜 군복과 딱딱하고 불편한 군화 속에 자신을 담고 나선다는 것은 늙수그레한 외모 속에 감춰두었던 사회초년생이란 딱지가 만인에게 폭로되는 것과 같은 창피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휴가 나온 군인과 절대 혼동하지 않도록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군화를 풀어헤치고 옷도 되는대로 입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말투마저 억세어져 버리는 것은 실제의 나와는 다른, 어색한 반항의 모습일 뿐입니다.

 "선배님! 전투모 착용해주시고, 상의는 하의 안에 넣어주십시오."

 "알았다."

 군대 갔다 와서 부쩍 겁이 늘어버린 저는 곧이곧대로 따르고 말지만, 위병소 앞에서 간부들과 맞짱 뜨는 대담한 동지(?)들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억눌렸던 군 생활에 대한 작은 한풀이가 아닐런지요...

 FM(규정대로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군대용어입니다.)대로 하면 이런 모습의 예비군은 마땅히 처벌대상이라곤 하지만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3, 4일 정도만 머무를 뿐인, 민간인들에게 군인의 규율을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기에 통제하는 자와 통제받는 자 사이에는 암묵적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정예 XX 동대 여러분과 만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자~ 1분 안에 담배 한대 피울 기회를 주겠습니다."

 간부들의 친절한 존대와 속 보이는 달램의 말에 못 이기는 척 따라주면서 허용된 개갬을 누리는 줄다리기를 즐기며 무료하기 짝이 없는 하루는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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