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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 직업인

일상 2012. 8. 12.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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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번째 자원봉사 활동을 다녀왔습니다. 그간의 자원봉사 활동에서는 순수한 목적의 성인들보다는 점수 때문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탓에 학부모가 되고도 남을 나이의 성인으로서 아이들 틈에 섞여서 인솔 교사의 꼼꼼한 통제에 따르다 보면 곤혹스러운 경우를 겪을 때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줄 맞춰서 않으세요.", "다시 신발을 가지런히 놓으세요.", "드릴 땐 '고맙습니다.'하고 받으세요.", "감상문을 적어서 내세요." 등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부닥칠 때면 아이들의 보는 눈 때문에 별수 없이 교사의 지시에 따르긴 했지만, 좀 창피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한편으로는 성인이 된 후에 교사의 통제를 다시 겪어보니 그들이 일반인보다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지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사람이건 생계와 명예라는 보상에 길들수록 전형적인 직업인이 되어가듯 그들 역시도 오랜 세월에 걸쳐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점차 그런 '전형적 직업인 - 지시형 인간'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자원봉사단 인솔 교사의 정확한 명칭은 '문화재 해설사'라고 합니다. 이들은 전문직, 교사, 공무원 출신으로서 자격시험과 관련 전문교육을 이수한 후 활동하는 유료자원봉사자라고 합니다. 그들의 역할이 교사의 일반적인 역할과 유사하므로 알기 쉽게 인솔 교사라고 표기해 두었습니다

 * 관련 기사 : 개그맨 김종국, 교사 아내에게 반성문 제출한 사연
 * 관련 글 : 교사 아내와 살면 이런 점에서 무척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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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가진 사회적 정체성과 평판이란 것은 사실, 역할이 빚어낸 산물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선한 것이건 악한 것이건, 또는 존경받는 것이건 멸시받는 것이건 간에, 개체의 생존을 위해 집단생활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난 우리에게 있어 그것은 집단이 요구하는 '전형적 인간상'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실행시킨 하드웨어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그것은 실제 우리의 모습과는 다른, 가공된 허상에 가깝지만,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우리의 실체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마저도 착각 속에 빠져 살게 합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굴종적인 역할 실행은 우리의 자존심과 개성을 손상시키고 우리를 조직성향에 빙의된 '사육견적 인간상'으로 변질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 관련 기사 : MBC노조, 엄기영 한나라당 입당에 대한 입장 "배신감 넘어 분노"
 * 관련 글 : 백정이 양반 행세를 해도 개가 짖는다. - 백정이 잘 입고 점잔을 빼어 양반 행세를 하려 하나 고기 냄새가 나 개가 짖는다 함이니, 겉모양만 잘 꾸민다 하더라도 제 본색은 드러나고야 만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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